손절매, '1승9패지만 결국엔 웃는다'

 

  하락종목의 대처법은 3가지다. 먼저 손해를 무릅쓰고 파는 방법이 있다. 그게 아니면 원상태로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또 하나 물타기란 것도 있다. 이 셋 중 가장 효과적인 건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파는 거다. 물타기는 가급적 삼가는 게 좋다. 물타기란 하락 때의 단기반등을 노려 원래의 손실분을 상쇄하겠다는 전략이다. 원래 물량의 3배 이상 사야하고, 그나마 반등이 없으면 손실폭은 더 커진다. 방치하는 것도 무의미하긴 마찬가지다. 깡통 차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걸 손절매(損切賣)라고 부른다. '손절매 잘 하는 사람이 주식투자 9단'이라는 말이 있다. 주식비법은 '매도의 기술'에 있다. 팔지 않으려면 사지도 말라고 했다. 차라리 현금이 더 좋기 때문이다. 잠 못 자게 하는 주식은 필요 없다. 차라리 팔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게 낫다. 주식투자엔 심리적 안정감/편안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못 팔면 수익은 없고 손실만 있다. 원본 집착은 투자자의 가장 심각한 병이다. 
  손절매가 필요한 건 다음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다. 주식투자는 단발게임이 아니다. 게임이론처럼 계속 패를 돌려야하는 연속게임이다. 하늘이 두 쪽 나지 않는 한 시장은 열린다. 마지막 돌 하나는 쥐고 있어야 등판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때 손절매는 다음 열차를 타는 티켓과 같다. 굳이 피해도 될 상황인데 정면승부를 벌일 필요는 없다. 안 될 땐 나오고 될 때만 들어가자. 

  손절매는 ‘과감’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칼같이’ 잘라야한다. 궁합이 안 맞으면 가차 없이 자르는 게 좋다. 때문에 결단력이 필요하다. 대개 손절매를 두려워하고 아쉬워하는데 그건 옳지 않다. 주식은 살 때 미리 손실을 결정해둘 필요가 있다. 정작 떨어지기 시작할 땐 늦다. 손실은 진입할 때 결정하는 게 원칙이다. 물렸을 때 고민하면 심리적으로 자르기 힘들다.

  손절매는 성공투자의 확률을 높여준다. 손절매만 잘 지키면 절반 이하의 승률로도 얼마든 수익을 낼 수 있다. 10개 사서 9개를 잃어도 손절매만 확실하면 손실최소화는 가능하다. 이때 나머지 1개만 수익을 내줘도 9개의 손실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단 매수 후 오를 땐 그냥 두는 여유가 필요하다. 수익은 섣불리 끊지 않는 까닭에서다. 가능한 끝까지 키우는 게 효과적이다. 손실을 최소화해도 수익은 최대화하는 게 기본이다.

  손절매가 중요한 건 추세 때문이다. 주식이란 관성/가속도 탓에 한번 방향을 잡으면 그쪽으로 거침없이 내달린다. 오를 땐 무섭게 폭등하고, 내릴 땐 처절하게 내리꽂힌다. 하락세를 곧잘 지하실에 비유하지만, 지하도 1층이 있고 10층이 있다. 그 밑엔 땅굴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정도면 멈추겠지 라고 예단해선 곤란하다. 따라서 매수가 회복 기대감은 허망한 욕심에 불과하다. 추세가 붕괴됐다면 투매하는 게 좋다. 버려진 여자보다 잊혀진 여자가 더 불쌍하듯, 망가진 주식보다 망가지기 시작한 주식이 더 불쌍하다. 추세붕괴가 확인된 주식에 대한 미련은 손실확대뿐이다.

  손절매는 특히 약세장일 때 효과가 크다. 추세가 하향일 때 손절매를 무시하면 깡통 차기 딱 좋다. 하락장 때 손절매는 위기관리의 핵심이다. 동시에 단타성향이 짙을 때도 손절매는 필수불가결하다. 순간적인 대응이 필요한 순간에 주저해봤자 손실만 키울 수 있다. 변동성이 큰 한국증시에서 손절매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반드시 필요한 필수전략이다. 

 따는 법은 많아도 잃는 건 단 하나… 손절매 무시

 투자자가 깡통을 찼다면 원인은 단 하나다. 손절매를 못했기 때문이다. 성공방법은 100가지지만, 실패사유는 1가지밖에 없다는 얘기가 있다. 상한가/재료/주포매매 등 수익을 내는 방법은 많다. 그런데 망하는 건 한 가지 이유뿐이다. 실제로 실패유형은 놀랍도록 일치한다는 게 선수들의 일치된 경험담이다. 바로 손절매 무시다. 성공전략은 실패사유를 피하는 거다. 

  반면 수익이 났을 때도 손절매는 필요하다. 매수 때 예측한 방향과 달리 움직일 경우다. 비록 수익이 나도 애초의 판단이 틀렸을 경우엔 과감히 털어버리는 게 낫다. 가령 10% 수익이 5%까지 떨어졌다면 이 때도 손절매는 필요하다. 여기서 명심할 게 있다. 손절매 기준금액은 그 날의 시가다. 어제까지 번 돈도 오늘은 본전으로 산입한다. 가령 1만원 사 어제까지 5,000원의 수익을 냈다면 오늘의 손절매 기준금액은 1만5,000원이다. 여기서 10%(1,500원) 떨어진 1만3,500원이 되면 손절매해야 한다. 재차 오르길 기대하기보단 수익을 확정짓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손절매 한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정답은 없다. 투자성향/자본금 등에 따라 손절매 한계는 천차만별이다. 상대적으로 엄격히 관리하는 기관투자자는 3~5% 정도다. 반면 순간적인 대응이 불가능한 개인투자자는 시장가격의 최대 허용치인 12~15%까지 놔두는 것도 좋다. 다만 보편적인 손실한계는 대략 10% 정도다. 예상 못한 외부충격에 의해 10%까진 밀릴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매수타이밍을 잘못 잡았거나 기업분석이 틀렸다는 걸 의미해서다. 10%를 넘어서면 단번에 털어버리는 게 타당하다.

  손절매 수단은 다양하다. 손실금액/손실률/손실시간 등 규정하기 나름이다. 자기에게 맞는 걸 택하면 된다. 일반적인 건 손실률로 손절매 기준을 잡는 경우다. 5%까지 떨어지면 팔겠다는 식이다. 계산하기 힘들고 귀찮을 땐 손실총액을 정하기도 한다. 10만/100만/200만원 식으로 손실 마지노선을 세워둔다. 혹자는 금액/비율이 아닌 시간개념을 사용하기도 한다. 매수 후 30분 이상 매수가 밑에 머물 땐 털어버린다는 방법이다. 몇몇은 이동평균선의 지지선을 활용하기도 한다. 5일선이 깨지면 판다는 식이다.

 
- 자료: <한국의 주식고수들> 전영수(한경비즈니스 기자) 지음

 

 

1등주, ‘묻지 마! 랭킹 No. 1이면…’ 
 
  워렌 버핏은 장기전망이 밝은 회사의 조건으로 ‘프랜차이즈’를 든다. 프랜차이즈란 가격결정능력을 가진 회사다. 회사가 제품가격을 결정할 힘이 있음을 뜻한다. 프랜차이즈 기업은 어떤 풍파라도 능히 극복한다. 경영진이 실수하거나 인플레이션이 심해도 그 정도는 위협요인조차 아니다. 어떤 변화가 와도 일정수준의 영업성적을 거둘 수 있다. 대체재가 없으면서 규제를 받지도 않는 동시에 소비자는 필요로 하는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런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버핏은 코카콜라를 꼽는다. 결국 프랜차이즈란 독점기업의 다른 말이다.     

  라면하면 농심이고, 화장품하면 태평양이다. 또 란제리하면 비비안이고, 두부하면 풀무원이다. 휴대폰은 삼성전자 게 좋고, 자동차라면 현대차가 최고다. 모두 해당업종의 'No. 1’메이커다. 제품을 댔는데 특정회사 이름이 튀어나올 정도로 소비자 충성도가 높다. 이른바 업종대표인 동시에 독점회사다. 주식으로 얘기하면 대장주면서 1등주다. 모두 한국형 프랜차이즈 기업인 셈이다.

  한 분야에서 최고인 놈만 고르자. 좀 비싸서 그렇지 사실 1등주만큼 효과적인 투자전략도 없다.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권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부 단점이 있겠지만, 이를 능가하는 장점이 훨씬 더 많아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추천종목 단골손님인 건 독점기업이기 때문이다. 주력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단연 1위다. 특히 남들이 흉내 내지 못하는 고유영역을 가졌다. 성장/수익성 모두 최고점수를 줄 수 있다. 이런 게 바로 독점의 파워다.

  1등주가 비싸니까 2~3등주를 사겠다는 건 아쉬운 선택이다. 그나마 2등주는 낫다. 2등주 이하는 차라리 무시하자. 시세의 떡고물은 2등주까지가 고작이다. 주도주의 대타는 그래도 주도주다. 영역별 1~2위 선도기업으로 압축하자. 이들 기업을 집중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특히 1등주는 필히 이해하고 넘어가자. 2등주는 1등주를 따라 가게 마련이다. 시장엔 종목이 너무 많다. 일단 'No 1'으로 압축하는 게 좋다. 단 시가총액이 1위라고 반드시 'No 1'은 아니다. 1등을 살피면 업황의 본질까지 알 수 있다.

  독점적인 1등주는 몇 가지 세부지표를 만족할 필요가 있다. 우선 유사한 경쟁자가 없거나 특허권/브랜드/독창성 등이 탁월한 제품/기업이어야 한다. 이 조건이 충족돼야 내재가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런 회사는 과거에도 우수했고, 앞으로도 나빠질 이유가 거의 없다. 시장이 폐쇄된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인 셈. 역시 가격결정권을 가졌으며 시장 영향력도 크다. 시장점유율로 확인이 가능하다. 업종은 소비재산업에 국한하는 게 좋다. 생활필수품이면서 동시에 반복적인 구매상품일수록 독점력은 더 크다.

  매일 쓰는 생활필수품 중 점유율 1위사 유망 

  독점은 영속적인 기업실적을 보장한다. 독점적인 시장지배력을 가졌다면 롱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이런 점에서 자연스런 독점체제의 유지가 관건이다. 독점이란 경쟁력의 지속적인 유지를 의미한다. 2등과의 격차도 확실하다. 독점기업은 경쟁사보다 인력/마케팅/경영 등에서 일찌감치 앞선다. 날이 갈수록 2~3위 업체와의 격차는 훨씬 벌어진다. 소비자들도 굳이 익숙한 걸 버리고 확실치도 않은 낯선 제품을 사용하려 하진 않는다. 한편 독점기업은 리스크가 적다. 어떤 악재?위험도 1등이라는 독점적 비즈니스 모델을 훼손하진 못한다. 

  한편 2등 회사는 늘 괴롭다. 어지간한 노력으론 1등의 거대한 장벽을 깨기 힘들다. 대부분의 경우 1등제품의 복제조차 힘든 게 사실이다. 따라가면 또 저만치 도망가는 게 1등주의 속성인 까닭에서다. 좋은 건 다 선점 당하고, 고작 찌꺼기만 받아먹는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비용은 비용대로 더 든다. 1등기업의 점유율을 뺐으려면 그만큼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선점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들이지 않아도 될 노력과 비용을 제공해야한다는 뜻이다. 선점효과란 이래서 무서운 법이다.

  1등주는 또 업종대표주이면서 동시에 시세주도주다. 따라서 업황개선에 따른 주가상승 수혜를 가장 빨리, 많이 받는다. 경기 사이클에 따라 선도적으로 치고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체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특히 독점적인 시장지배력이 세면 셀수록 주가반응도도 빠르다. 반면 약세장에서의 동반하락 땐 상대적으로 충격을 적게 받는다. 가격결정권을 가진 탓에 실적하락 압력을 늦게 받기 때문이다. 즉 1등주는 오를 땐 많이 오르고, 내릴 땐 적게 내린다.

  간혹 보면 1등주와 2등주의 격차가 크지 않은 업종이 있다. 독점이라기보다는 과점형태에 가까운 경쟁구도다. 이런 건 시간을 갖고 주도면밀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같은 값이면 1등인지 2등인지 구분이 안 갈 때 예비 1등주를 찾는 게 좋기 때문이다. 구분이 되는 순간 1등과 2등의 점유율 격차는 자연스럽게 벌어진다. 피터 린치는 "사업에서 경쟁은 독점보다 결코 좋을 수 없다."고 했다. 경쟁논리에 휘둘리는 2등주보단 독점을 향유하는 1등주가 나은 법이다.

 

- 자료: <한국의 주식고수들> 전영수(한경비즈니스 기자) 지음 
 


외국인, ‘Hello, Can I follow you?’ 
 
  “요즘 엄청나게 챙기고 있다. 못 먹어도 2~3배는 앉아서 챙긴다. 말 그대로 ‘외인천하’다. 속된 말로 피땀 흘려 번 돈 달러로 다 바꿔 나간다. 이러다 주가 1,000 넘으면 불쌍한 개미들 뒷북치듯 달려들 거다. 시샘만 말고 잔치는 같이 즐겨라. 깨졌던 기억 때문에 주저하는데 그땐 그때다. 외국인은 냉정하다. 손해 볼 게임은 애초부터 하지 않는다. 이 사람들을 벤치마킹하라.” 유명한 투자전략가의 조언이다. 외국인장세에 동참하라는 메시지다.  

  외국인투자자는 공히 대한민국 증시의 절대강자다. 종목독점은 물론이요 맘만 먹으면 시장/종목을 뒤흔들 만큼 강력해졌다. 내로라하는 간판종목의 상당수가 외국인을 1대주주로 두고 있다. 엄청난 실탄을 등에 업은 채 우량주에 대한 무차별적인 매수세를 반복하고 있다. 매수기준에만 부합하면 무조건 ‘콜(매수)’이다. 반대로 이들과 엇박자를 낸 기관/개인의 손실폭은 엄청나게 불어났다. 똑같은 시장에서 한쪽은 잔칫상을 즐기고, 다른 한쪽은 초상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투자자를 따라하자. 이 전략은 기분 나쁜 이미테이션도 무임승차식 표절도 아니다. 생존과 수익을 담보하는 대단히 합리적인 투자전략이다. 어차피 한국증시의 수급주도권은 외국인에게 넘어간 상황이다. 이럴 땐 선도세력을 추종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이들의 매매패턴을 읽고 동행한 투자자치고 손실 본 사람은 거의 없다. 몇몇 고수들조차 대놓고 ‘외국인 따라하기’를 추천할 정도다. 더 따고 덜 잃는 거의 유일한 벤치마킹 대상인 까닭에서다.

  흔히 ‘대장주 = 고가주 = 인기주’란 등식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 추가할 게 있다. 대장/고가/인기주는 모두 시가총액 상위종목인 동시에 외국인 선호주란 사실이다. 외국인은 우량한 인기종목이 아니면 사질 않는다. 잡주(雜株) 산다는 외국인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코스닥조차 외국인 매수종목은 하나같이 알짜배기다. 실제로 이들의 매매종목은 시가총액 상위 100여개에 불과하다. 철저히 내재가치와 미래가치가 보장된 종목에만 손을 댄다.

  외국인 선호종목은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회사다. 이른바 기업지배구조 개선 여부는 외국인 지분추이에서 찾기도 한다. 적어도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회사는 기업가치의 증가분을 주주에게 그대로 귀속시켜준다. 그게 아니면 속된 말로 난리가 난다. 자칫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불길이 튈 수 있는 까닭에 회사 측도 주주가치를 무시하진 못한다. 당연히 배당성향도 무척 높아진다. 이들의 존재는 주주 이외엔 누구도 기업이익을 못 빼나가도록 막는다.

  여기에 외국인 매매종목은 예측까지 가능하다. 매수/매도에 일정한 연속성이 있어서다. 순종투자자(외국인)는 오늘 사고 내일 팔지는 않는다. 외국인이 샀다면 그 다음 날도 살 확률이 높다. 어떨 때는 1년에 걸쳐 사기도 한다. 매수결정이 내려지면 매일 조금씩 사는 게 보통이다. 때문에 외국인이 산다고 곧바로 주가가 오르진 않는다. 적어도 보름이나 한 달 이상 장기 매수하는 종목이 좋다. 한편 팔 때도 분할매도다. 한꺼번에 전량 매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매도타이밍을 잡을 때도 비교적 여유가 있다.

  외국인 지분, 꾸준한 증가세 확인 후 사도 늦지 않아

  타이밍 잡을 때도 마찬가지다. 신(神)이 아닌 이상 ‘저점매수/고점매도’는 불가능하다. 욕심조차 내지말자. 이럴 땐 외국인 뒤만 따라다니자. 이 사람들은 충분히 바닥과 천정을 만들 수 있다. 여력 있고 능력 갖춘 준신(準神)의 경지에 있는 그룹이다. 따라서 외국인 매수/매도로 저점/고점을 확인한 후 같은 방향으로 동참하자. 무릎 이하와 어깨 이상은 수수료라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하다. 이 정도라도 매매할 수 있다면 먹을 건 많다. 외국인의 매매전략은 중요한 타이밍이다. 아마추어라면 그대로 수용하는 게 좋다.

  단 단발적인 매수세는 조심하자. 최소한 1주일 이상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 번 들어오고 말았다면 자제하는 게 좋다. 일례로 동시호가 때는 매수가 있었는데, 개장 후 추가매수가 없다면 뭔가 불길한 조짐이다. 이 경우 외국인 창구를 빌린 기관일 확률이 높다. 매수창구엔 외국증권사가 상위에 뜨는데, 정작 외국인 수급은 늘지 않는다면 십중팔구 기관의 장난이다. 물론 장 자체가 밀릴 때도 판다. 매물이 많을 때 떠받치기란 한계가 있어서다.

  그렇다면 외국인 동향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선 HTS에 있는 ‘투자주체별 매매현황’에서 외국인 동향을 체크할 수 있다. 요즘엔 장중에도 대략적인 동향은 알려준다. 매매창구에 외국계 증권사 이름이 랭크되는 것도 포인트다. 수급주체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단 창구와 실제 주문주체가 다를 수 있음은 조심하자. 주문결제가 100% 달러라는 점에서 환율도 관계있다. 동시호가 때 외국인 포지션을 체크하는 것도 유효하다. 물량이 커 눈에 금방 띄는 데다 당일 흐름도 이 때 대개 결정된다. 

  그도 저도 어렵다면 외국인 지분변동만 챙기자. 외국인 지분율은 우량주의 필수조건이다. 좋은 회사치고 외국인 지분이 낮은 곳은 없다. 또 외국인 지분이 높으면 대개 우량주다. 대표적인 우량주 가운데 외국인 지분이 증가하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가치투자에도 외국인 지분율은 핵심지표다. 실제로 외국인 지분이 10% 늘어나면 주가가 25% 오른다는 통계가 있다. 반대로 지분을 팔 땐 하방경직성이 강하다. 적어도 1개월 단위로 체크하자. 하락장에도 지분이 줄지 않는 종목이 좋다. 주가는 떨어지는데 외국인 지분이 늘면 금상첨화다.

 

- 자료: <한국의 주식고수들> 전영수(한경비즈니스 기자) 지음

 

 

기술적 차트, ‘보긴 보되 믿진 말라’ 
 
  개구리/럭비공/여자마음(女心)/주가…. 이 넷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이다. 하나같이 예측이 불가능해서 붙여진 비유다. 투자자의 바람은 늘 똑같다. 미래주가를 예측하는 강력한 비법을 발견하는 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투자자가 이를 갈망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은 비교적 설명력이 높은 예측이론과 그 도구를 찾아내기도 했다. 물론 일부일 뿐이다. 절대다수는 반짝하거나 사멸하는 게 보통이다.  

  차트, 믿어야할까 말아야할까. 주식고수들의 의견 중 가장 갈리는 부분도 사실 ‘차트’에 대한 평가다. ‘차트불패론’을 근거로 강력히 권유하는 고수가 있는가하면,  ‘백해무익론’을 이유로 접근조차 말 것을 종용하는 선수가 있다. 도대체 누구 장단에 춤춰야할까 고민스런 대목이다. 하지만 얼추 결론은 모아진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어설픈 의존은 절대금물이다. 쓰려면 확실히 이해하든지, 잘 모르면 절대 안 쓰든지 둘 중 하나다. 

  요약해보면 차트는 연금술이 아니다. ‘차트불패론’쪽 고수들은 하나같이 차트에 대한 이해가 완벽하다. 때문에 주가전망을 위한 훌륭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그나마 전폭적인 맹신은 없어보였다. 몇몇 케이스에 한해 특정차트의 설명력이 높다는 정도로 받아들인다. 물론 본인이 애용하는 일부차트에 한한다. 그것도 1~2개에 불과하다. 다른 대부분의 차트는 언급조차 없다. 

  사실 차트는 한계가 많다. 먼저 일관성이 없다. 차트란 과거를 분석한 것이다. 미래를 예측한 게 아니다. 때문에 어제까지 좋았던 차트가 순식간에 붕괴되기도 한다. 또 선뜻 사지지 않지만 지나고 보면 폭등한 케이스도 많다. 차트 따라 매매했다가 낭패를 당한 투자자도 한둘이 아니다. 이른바 차트의 후행적인 한계 때문이다. 차트의 설명력은 지나봐야 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지금이다. 이 갭을 과거지향적인 차트가 메울 순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차트는 항상 노출돼있다. 누구에게든 공개되는 까닭에 작전세력의 도구로 전락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심지어 최근엔 차트를 역이용하는 세력까지 부쩍 늘어났다. 보기 좋게 차트를 가공한 후 초자들이 따라붙기를 유도하는 식이다. 거미줄을 쳐놓고 기다리는 독거미처럼 완벽한 함정으로 투자자를 옭아맨다. 탄력 받던 주식이 일순간에 망가질 때가 대표적이다. 맹신하다보면 오류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모두가 아는 건 더 이상 비기(秘機)가 아니다. 

  차트의 한계는 역사가 증명한다. 일례로 만고불변의 차트란 없다. 차트는 잘 알려질수록 설명력이 떨어진다. 저항선 돌파하면 매수신호라던 다우이론도 요즘은 맞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참여자가 많아지고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설명력은 계속 떨어진다. 게다가 차트로 돈 벌었다는 사람도 없다. 차트 신봉자의 미래는 차라리 암울했다는 게 역사의 가르침이다. 반대로 성공투자자 중 차트를 입에 담은 사람도 거의 없다. 결국 차트무용론이 다시 한번 불거지는 대목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패, 타인 생각 보려면 차트가 답

  그럼에도 불구, 차트가 필요할 때도 있다.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도 사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주가도 안 오른다. 이럴 때 차트가 도움이 된다. 어느 정도 수급을 체크할 수 있어서다. 작전세력이 아무리 비밀리에 움직여도 차트에는 반드시 포착된다. 이렇듯 차트는 다른 시장참여자의 생각을 관찰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자신의 아류/독선에 빠지지 말고, 객관적인 차트를 보고 판단하자. 맹신할 필요가 없는 만큼 무시할 이유도 없다. 

  일례로 시세가 크게 나는 종목은 차트상에서 표시가 나게 마련이다. 과거 6개월간 조정을 받다가 한번도 보지 못한 대량거래가 터지면 십중팔구 강세장 전환이다. 이는 중대한 매수신호다. 역으로 데드크로스에 대량거래, 주가반등 없는 흑삼병(음봉 3개 누적)까지 보이면 90% 이상 매도신호다. 이런 건 이동평균선과 캔들차트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다. 이럴 때까지 차트를 안 본다는 건 지적 허영심이다. 다수 투자자의 생각을 읽는 유일한 도구로 차트를 옆에 두자. 안 보는 것보단 보는 게 훨씬 낫기 때문이다.

  몇몇 차트는 알아두는 게 좋다. 굳이 이해 안 되는 것까지 다 알 필요는 없다. 가령 아마추어라면 이동평균선 배열이나 MACD만이라도 알자. 여기에 더한다면 봉차트와 이격도 정도면 넘친다. 시장의 심리상태를 체크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가능하면 차트의 분석기간은 길게 잡자. 짧게 보면 착시현상이 생길 수 있어서다. 적어도 180일, 즉 6개월 정도는 챙기자. 이 기간이면 얼추 무리 없이 추세를 판단할 수 있다. 

  기술적 분석은 철저한 공부가 전제조건이다. 공부한 만큼 차트 보는 실력은 늘어난다. 차트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무조건 배척할 일은 아니다. 참고하되 맹신만 않는다면 그걸로 족하다. 서투른 목수가 연장을 나무란다고 했다. 본인의 분석실력을 먼저 향상시키자. 어떤 차트를 볼까는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문제다. 실력 없는 투자자가 차트에 의존하는 법이다. 차트는 완벽하지 않다. 당연히 투자자를 지켜주지 못한다. 오히려 결정적인 건 투자자 본인의 실력과 마음가짐이다.

 

- 자료: <한국의 주식고수들> 전영수(한경비즈니스 기자) 지음

 

 

거래량, ‘천지가 알고 내가 안다’ 
 
  “오늘의 주식시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금일 주식시장은 강한 외국인매수세에 힘입어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대비 10포인트 오른 800포인트, 코스닥지수는 5포인트 오른 350포인트로 마감됐습니다. 거래량은 전일대비 5억5,000만주, 거래대금은 3조5,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개별종목으로는….” 뉴스시간이면 으레 듣는 시황 코멘트다. 채 1~2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하루 시황을 모두 전달하려니 다소 휑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짧아도 빠지지 않는 시황 포인트가 있다. 이게 빠지면 왠지 앙꼬 빠진 찐빵처럼 허무하고 부족하다. 이른바 주가지수/거래량/거래대금의 3대 요소다. 주가지수야 누구나 핵심뉴스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거래량/거래대금까지 발표된다는 건 의외로 아는 사람이 적다. 하물며 수치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중요하게 생각지도 않거니와 본인의 투자전략에도 별 상관없다고 무시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건 착각이자 오해다. 종합주가지수보다 더 중요하고 결정적인 게 거래량이다. 주가가 시장의 체온을 재는 척도라면, 거래량은 그 속에 흐르는 혈액의 양을 측정하는 지표다. 거래량은 주가의 바로미터다. 주가는 또 거래량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주가는 겉으로 드러난 얼굴이다. 얼마든 조작/왜곡이 가능하다. 반면 거래량은 숨겨진 의도가 단번에 드러나는 내면적 얼굴이다. 어떤 화장으로도 감추거나 속일 수 없다.

  주가는 일종의 환영(幻影)이다. 실체는 오직 거래량뿐이다. 거래량의 비밀을 알면 이는 누구나 동감하는 말이다. 3대 매매타이밍 도구(캔들/이동평균선/거래량) 중 1순위 비중은 단연 거래량이다. 흔히 수급은 모든 재료에 우선한다고 한다. 재료가 심리적 동기에 불과한 반면 정작 시세를 선도하는 게 수급이라고 봐서다. 가령 강한 종목엔 강력한 매수주체가 있고, 이는 곧 거래량으로 반영된다. 따라서 수급은 거래량으로 귀결된다. 거래량만큼 결정적인 신호도 없는 셈이다.

  거래량은 보통 많은 게 좋다. 일례로 새우깡의 거래량(판매량)이 는다고 하자. 그러면 가격은 어떻게 될까. 당연히 오른다. 설사 즉각 오르지 않는다 해도 조만간 오를 것이란 판단은 가능하다. 너도나도 새우깡을 찾는다면 가격을 올려도 충분히 팔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판매량 증가는 조만간 제품가격의 상승을 의미한다. 거래량과 주가도 마찬가지다. 거래량이 많다면 곧 주가가 뛸 것이란 얘기와 똑같다.

  진짜 고수는 가격보다 거래량 차트를 먼저 봐

  종목을 고를 때도 거래량은 중요하다. 반드시 거래량(유동성)이 많은 지 여부를 챙겨야한다. 일반인은 유동성을 잘 안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단순한 수급문제가 아니다. 거래량은 기업가치의 일종이다.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할인율이 높다. 이는 일종의 페널티다. 전문가그룹조차 거래량을 제일 중요한 변수로 사용한다. 거래량이 적으면 더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거나 혹은 확실해야 들어간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거래량 부족은 단순한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다. 

  거래량만 봐도 뜰 종목을 압축할 수 있다. 거래량 이상변동일 때가 대표적이다. 거래량이 갑자기 증감했다는 건 뭔지 몰라도 움직임이 있다는 얘기다. 누군가 어제까지 없었던 매매를 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이 오르면 좋은 징후다. 특히 개장 직후의 거래량 변동이 좋다. 9시20분 경 어제보다 거래량이 30~50% 증가한다면 좋은 징조다. 이유 없이 상한가를 가는 패턴이기 때문이다. 바닥권에서 막 터닝할 때라면 더더욱 좋다.

  대개 거래량은 변곡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점/고점에서의 에너지지표로 손색이 없어서다. 보통 거래량은 저점/고점에서 크게 늘어나는 경향이 강하다. 일례로 고가권일 때 거래량 증가는 악재로 규정된다. 고점에서 거래량이 터지면 일단 매도관점이다. 왔다갔다 흔든다고 오판하면 안 된다. 상승추세에서 평소 거래량의 3배 이상 터진다면 그 때가 고점이다. 이때부턴 누가 언제 매도할지의 눈치싸움이다. 1~2% 더 챙기려고 남아있기보단 안전하게 미리 빠져나오는 게 현명하다. 

  반면 바닥권에서 거래량이 터지면 호재다. 거래가 많다는 건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단 저점에서의 가격상승은 대개 얌전하다. 급격한 움직임 없이 찔끔찔끔 오른다. 때문에 아마추어는 매수시점이라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게 추세상승의 강력한 신호다. 이때 거래량 증가는 매입세력을 확인시켜준다. 물론 단발적인 매수세는 조심해야한다. 최소한 1주일 이상은 필요하다. 주가향방의 진실은 1주일 안에 대개 녹아있다. 같은 값이면 거래량의 골든크로스가 있는 편이 더 좋다.

  거래량을 반드시 이해하고 활용하자. 보통 아마추어들은 차트를 볼 때 주가차트를 먼저 본다. 그 다음 하단의 거래량으로 눈길을 옮긴다. 하지만 진짜 고수는 거래량부터 먼저 살핀다. HTS에서 일간차트를 먼저 보는 투자자라면 십중팔구 아마추어다. 거래량은 주가의 거울이라고 했다. 거래량부터 먼저 보는 버릇을 들이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참고로 종목발굴과 관련해 거래량이 적은 게 반드시 나쁘지는 않다는 얘기도 있다. 특히 가치투자그룹은 적은 거래량이 우량주를 의미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거래량이 적다는 건 사는 사람도 없지만, 파는 사람도 없다는 뜻이다. 팔지 않겠다는 건 이 가격 이하로 떨어질 확률이 거의 없다는 뜻일 수 있다. 실제로 주가가 싼 알짜배기 가치주 중 평소 거래량이 적은 게 많다. 추후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으면 주가와 거래량은 늘어난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곰곰이 생각하면 이 주장도 틀린 얘기는 아니다. 

 

- 자료: <한국의 주식고수들> 전영수(한경비즈니스 기자) 지음

 

 

EPS, ‘모든 실적은 내게로 오라’ 
  
  “증권가는 마치 스파이들의 접선장소 같다. 암호를 모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나마 몇몇 암호는 외우기조차 힘들다. 기껏 외운다한들 오래가지도 못한다.” 언젠가 주식초보로부터 들은 푸념을 재정리한 코멘트다. 실제로 “경제신문의 증권섹션은 읽어도 모르겠다.”고 푸념하는 투자자가 수두룩하다. 그렇잖아도 어려운데 전문용어가 난무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약자(略字) 천지라 외국어 공부하듯 경제용어사전을 펼쳐놓고 봐야할 지경이다.

  EPS, BPS, PER, PBR, ROE, CPS, EVITDA 등등…. 주식투자 생초자라도 한두 번쯤은 들어봄직한 단어들이다. 아니 무조건 알아야하는 필수불가결한 용어들이다. 이걸 모르고선 제대로 된 주식투자가 불가능하다. 모든 보고서/기사가 이 정도는 이해했을 거란 전제하에 작성된다. 주식입문서를 제외하면 친절한 용어설명은 기대조차 않는 게 낫다. 그럼에도 불구, 이 용어를 정확히 이해/활용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알아야하지만 알기 어려운,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내재가치’란 게 있다. 투자자라면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듣는 말이다. 그만큼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우량주와 잡주를 나눌 때 기준이 내재가치다. 살 때와 팔 때를 결정짓는 잣대도 내재가치다. 한 마디로 주식의 얼굴이나 성격은 모두 내재가치로부터 비롯된다. 내재가치는 흔히 기업의 고유가치로 볼 수 있다. 고유가치란 분석하는 사람마다 기준과 가중치가 다르다. 성장성/수익성/안정성 등 취향에 따라 값어치를 메길 수 있다. 이 때 사용되는 게 앞서 언급한 영어약자들이다. 기업가치의 기준틀인 셈이다.

  기업의 어떤 가치(성장/안정/수익성)를 택했는가에 따라 사용되는 지표는 달라진다. 수익/성장성이 좋은 기업을 고르겠다면 EPS, PER,ROE 등을 챙길 일이다. 반면 망할 가능성이 낮은 안전한 주식을 찾겠다면 BPS, PBR을 우선해 봐야한다. 또 경기가 좋을 땐 수익?성장성 지표가 효과적이고, 불황일 땐 안정성이 담보된 회사가 유리하다. 단 하나만 갖고 매매지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내재가치가 골고루 우량한 게 좋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어떤 지표를 더 우선해서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겨서다. 성장성은 좋은데 안정성이 떨어지거나, 그 반대일 경우 투자자는 혼란에 빠진다. 매매타이밍이 임박할수록 혼돈은 극에 달한다. 모든 걸 만족시키는 교집합 종목이 없을 땐 우선순위를 두는 게 좋다. 성장/수익/안정을 놓고 차례차례 제외하는 식이다. 동시에 본인의 투자성향을 따르자. 보수적이라면 안정성을, 도전적이라면 성장성을 우선하는 게 합리적이다. 

  주식은 꿈을 먹고 산다고 했다. 미래가치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미래가치란 곧 성장/수익성을 의미한다. 안정성 지표는 성장/수익성에 포함되는 느낌이 강하다. 따라서 같은 값이면 실적지표를 더 챙길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도 한결같다. ‘주가는 실적에 따른다.’는 투자원칙을 강조하는 사람이 많다. 실적 움직임을 1순위 지표로 챙기라는 뜻이다. 이익의 질만큼 결정적인 힌트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EPS, 단순 실적규모보단 증가율이 더 중요

  특히 EPS(Earning Per Share)가 중요하다. 주당순이익으로 당기순익을 발행주식수로 나눈 값이다. 1년 동안 장사를 해서 벌어들인 돈이 1주당 얼마인지 뜻한다. 주당순이익이 100원이라면 액면가 5,000원을 굴려 1년 동안 100원을 벌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금액이 크면 클수록 수익성이 좋음을 의미한다. 다만 수익의 절대규모는 그리 중요치 않다. 되레 증가율이 더 결정적이다. 이른바 EPS증가율이 꾸준한 게 좋다.

  개인투자자라면 경기변동에 무관하게 EPS가 늘어나는 회사를 고르자. 일례로 태평양?신세계 등은 내수경기가 바닥일 때도 주가가 계속 올랐다. 이들 기업은 최근 6~7년 이상 EPS가 매년 늘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게 종목발굴의 포인트이자 해답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이 MSCI지수에 포함된 60여개 종목을 분석했더니 EPS가 꾸준히 늘어난 건 18개사에 불과했다. 과거 4년간(2000~2003년)만 봤는데도 이 정도밖에 없다는 건 그만큼 EPS의 꾸준한 증가기업이 적다는 반증이다. 이런 회사는 단기적으로 흔들려도 길게 보면 꼭 사야한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EPS가 중요한 건 다른 실적지표도 지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적지표의 최소단위다. 일례로 PER는 주가를 EPS로 나눈 값이다. PER란 주가수익비율로 어떤 주식이 연간 벌어들이는 이익의 몇 배로 팔리고 있냐를 의미한다. PER 배수가 낮다면 수익성에 비해 주가가 낮다는 걸 뜻한다. 단 PER는 업종마다 차이가 있다. 업종평균 PER와 비교해 낮으면 좋고, 높으면 고평가란 결론이 도출되다. 분모인 EPS가 높으면 응당 PER 배수는 낮아지게 된다.

  영업이익률을 중요하게 보는 투자자도 많다. 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수치로 1년 동안 장사다운 장사를 했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다. 대개 영업이익률이 높은 회사치고 부실한 경우는 없다. 일례로 영업이익률이 5%라는 건 1,000원어치를 팔아 50원(세전)을 벌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영업이익률은 기업의 결정적인 경쟁력이다. EPS에 사용되는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과 직결된다. 영업이익 안에 당기순익이 들어가 있어서다. 역시 EPS증가율처럼 꾸준히 늘어나는 게 좋다. 영업이익률 하락은 중대한 악재로 분류된다.

 

- 자료: <한국의 주식고수들> 전영수(한경비즈니스 기자) 지음 
 


거시환경, ‘난 네가 뭘 할지 다 안다’ 
 
  증권사 시황설명회나 투자전략 세미나엔 얼추 공통적인 풍경이 하나 목격된다. 들으러 온 참석자의 청취행태로 처음엔 꾸벅꾸벅 졸다 막판에 눈이 초롱초롱하다. 시간이 갈수록 주의가 산만해지는 여느 모임과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사정을 들어보면 그럴 만도 하다. 마무리 땐 으레 추천종목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고리타분한 시황 코멘트보단 당장 매매할 수 있는 유망종목을 챙기는 게 더 효과적(?)이란 생각에서다.

  실제로 개인투자자가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역시 ‘종목발굴’이다. 뭘 사야 돈을 버는지가 지상최대의 과제다. 오죽하면 종목추천만 전문으로 하는 사이트까지 생겨났을까. 증권사의 추천종목도 사실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미국만 해도 추천종목이란 아예 없다. 신문 기사도 두루뭉술한 시황보단 개별종목의 자극적인 제목이 클릭수가 아주 높다. 모두 개인투자자의 절박한 심정(?)을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종목발굴은 어디까지나 투자자 본인의 몫이다.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 설혹 대신해줘도 그 책임은 오롯이 투자자에게 귀속된다. 그나마 맡긴다고 성과가 좋은 건 더더욱 아니다. 넘겨받은 생선보단 낚시 법을 배우는 게 낫다. 그래야 떳떳한 자신감으로 오래 생존할 수 있다. 자전거 타기는 배우기가 힘들지 한번 익히고 나면 죽을 때까지 잃어버리지 않는다. 좀 힘들고 어렵더라도 스스로 종목을 찾아야한다.

  그렇다면 종목발굴은 어떻게 해야 할까. 종목발굴엔 2가지 방법이 있다. 탑다운(Top down)과 바텀업(Bottom up)방식이다. 탑다운이 거시환경에서부터 개별기업으로 접근한다면, 바텀업은 그 반대다. 탑다운은 시장의 모멘텀(타이밍)을 중시한다. 반면 바텀업은 개별기업의 내재가치를 강조한다. 물론 지향점은 둘 다 주가상승이다. 그 과정이 다소 다를 뿐이다. 가치투자자라면 바텀업에 대한 의존이 강하고, 단기투자자라면 탑다운에 높은 점수를 준다.

  하지만 한국증시의 현실을 감안하면 탑다운 접근법이 더 효과적이다. 종목발굴의 첫 출발점으로 거시변수를 염두에 두자는 얘기다. 특히 나라밖 외생변수가 중요하다. 한국경제는 대외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국내산업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마치 먹이사슬처럼 얽혀있는 구조다. ‘해외변수 → 산업 → 기업’순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는 경제자체의 외부의존성이 높아 어쩔 수 없다. 선진국 경기가 꺾이면 국내경기 역시 시차는 있겠지만 하락국면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가령 미국 금리변수를 보자. 미국의 금리변동은 글로벌 자금의 향방을 결정짓는다. 미국금리가 오른다면 일단 국내증시엔 악재로 볼 수 있다. 미국금리 인상이 아시아에서 돌던 자금을 미국 내부로 끌어가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금리인상은 경기회복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수출기업에겐 금리인상이 되레 호재일 수 있다. 시차를 가진 후, 수출전선의 호황은 내수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처음엔 악재였던 금리인상이 점점 호재로 둔갑하게 된다. 

  일단 선진국 경기동향을 챙기자. 미국이나 OECD국가의 경기선행지수가 대표적이다. 증권사 보고서나 OECD 사이트에 들어가면 확인 가능하다. 가령 미국의 ISM(공급관리자협회)지수는 미국기업의 아시아국가에 대한 주문물량을 체크할 수 있다. 교역조건도 중요하다. 교역조건(수출단가지수/수입단가지수)이 개선되면 국내주가는 대개 좋아진다. 이는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있다. 단 정보취합과 분석 때문에 보통 1~2개월 시차가 있다는 게 흠이다. 미리 알고 싶다면 주요 수출품의 가격동향이나 원자재가 추이를 보면 된다. 

  탑다운 선호… 선진국 경기로 주가방향 예측

  그 다음은 국내경기. 국내경기는 수출과 내수경기로 양분된다. 우선 경기선행지수는 꼭 챙기자. 주가 움직임과 거의 비슷해서다. 설명력도 굉장히 높다. 주가는 선행성을 가진다. 재료를 미리 반영하는 성격 탓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래경기를 반영하는 경기선행지수는 주가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때문에 경기선행지수를 미리미리 체크하면 내일의 주가동향을 짐작할 수 있다. 경기선행지수/소비자기대지수(CSI)/기업실사지수(BSI)가 3대 지표다. 이게 동시에 꺾이면 주식투자는 위험하다. 

  반면 경기선행지수가 회복되면 주가는 좋아진다.

  비슷한 맥락에서 경제성장률로 중요하다. GDP는 경제흐름을 나타내는 기준지표다. 현재 수치와 이를 바탕으로 한 미래 추정치를 살피면 경기에 대한 대체적인 시각을 알 수 있다. 시차는 있지만, 전망치가 크게 벗어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따라서 GDP 추정치로 어느 정도 경기를 판단할 수 있다. 단 유의할 게 있다. 성장률 지표는 보통 전년동기대비 기준이다. 그런데 이건 함정이 있다. 가령 작년 1분기 성장률이 지나치게 낮았다면 올해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수치상 급증할 수 있다.

  보다 세부적인 경기지표도 많다.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지표로 대표적인 게 반도체/PC/IT제품 가격동향 등이 있다. 이게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경기방향은 달라진다. 거시를 살핀다면 이런 주력제품의 가격동향은 기본이다.

  거시경제를 이해하면 종목발굴은 한결 수월해진다. 경기국면에 따라 주도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상승장이라면 IT나 수출비중이 높은 회사가 좋다. 흔히 경기민감주라 불린다. 한편 경기하락 땐 거시와 무관하게 돌아가는 경기방어주가 답이다. 또 경기주도가 수출/내수인지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수출의존형 경기라면 당연히 수출 관련주가 1차 관심종목이다. 이럴 때 내수는 반응도가 낮다. 최근의 상승세(2004년 상반기)는 주력수출품인 PDP-LCD나 휴대폰 관련종목이 시세를 선도했다. 종목을 찾을 땐 지금 시장에서 먹히는 주제가 뭔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거시경제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알 수 있다. 굳이 어려운 통계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일례로 증권사 보고서만 봐도 다 나와 있다. 수치는 물론 그 의미까지 해석돼있다. 동시에 경제신문을 탐독하는 것도 괜찮다. 이젠 개인투자자도 변해야 살아남는다. 전광판만 쳐다봐선 될 일도 안 되는 시대다. 특히 증권면만 보지 말고 산업면도 읽자. 업황을 이해하면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 여력이 되면 전문가/관료의 코멘트도 꼼꼼히 챙기자. 100% 맹신할 필요는 없지만, 발언 강도에 따라 중대한 시그널이 되기도 한다.

 

- 자료: <한국의 주식고수들> 전영수(한경비즈니스 기자) 지음

 

 

상상력, ‘IQ보단 EQ에 의존하라’ 
 
  “IQ가 상위 3%에 속하는 사람은 주식투자에 실패하기 딱 좋다. 머리가 너무 좋아서다. 천재와 수재는 독선과 편견에 사로잡히기 쉽다. 또 IQ가 하위 10%에 속하는 사람도 짐 싸는 게 좋다. 머리가 나쁜 사람은 뭘 해도 안 되기 때문이다.” 피터 린치의 말이다. 상위 3%/하위 10%에만 들지 않는다면 누구든 주식으로 희망을 배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통 사람이라면 성공투자자의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주식시장은 흔히 똑똑한 사람이 돈을 많이 벌 것 같은 곳이다. 그 어렵다는 경제용어가 난무하는데다 기술적분석이란 이름의 차트까지 횡행한다. 들어도 모르겠고, 읽어도 이해불능이다. 선택받은 몇몇만 결국엔 웃는 곳이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들만의 고급정보와 네트워크를 엿볼라치면 ‘가지지 못한 자’의 무능과 한계만 물밀듯이 밀려들게 마련. 특히 실패경험이 많은 투자자일수록 성공한 사람들의 은밀한 노하우(?)를 동경한다. 

  하지만 알아둘 게 있다. 주식투자와 IQ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많이 배웠거나 못 배웠거나 시장 앞에선 평등(?)하다. 똑똑한 사람이 대박 낼 거란 생각은 편견과 환상에 불과하다. 되레 덜 배운 투자자가 탁월한 성과를 내는 사례가 더 많다. 헝가리 출신의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툴라니도 대학 문턱엔 가본 적이 없다. 여의도 증권가를 휘두르는 슈퍼개미 중 상당수도 이른바 가방 끈이 짧다. 하물며 일류대를 나온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가진 자의 도구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많다. 펀드매니저의 매매시스템만 있다면 큰돈을 벌 거라며 자위하는 식이다. 그들은 이런 시스템을 마치 대박종목을 찾아주는 ‘램프의 요정’으로 추앙한다. 자동매매장치에 대한 일반인의 신화는 생각보다 고질적이다. 하지만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탐욕과 게으름, 그리고 수학적인 무지가 빚어낸 ‘패자의 법칙’에 불과하다. 시스템이 좋다면 항상 플러스만 내야할 것을 실상은 마이너스가 수두룩하다.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자.

  주식투자란 그리 비밀스럽지 않다. 생각보다 단순하고 명쾌하다. 정보/도구의 비대칭성조차 결정적인 투자변수는 아니다. 학력과 자금력은 핑계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돈 없고 못 배웠지만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주식투자는 엄밀히 말해 남보단 자신과의 싸움이다. 스스로만 통제할 수 있다면 몇몇 장벽쯤이야 아무 것도 아니다. 패자란 늘 남의 떡을 크게 보는 법이다.

  암울한 생각으론 밝은 미래를 열 순 없어

  주식은 머리보다 가슴으로 즐기는 게임이다. 또 지식보단 감성이 지배한다는 게 이 바닥의 룰이다. 수학적 지식에 기인한 정확한 데이터보단 시장/인간의 심리를 아는 게 성공투자의 첩경이다. 정확한 투자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주식시장은 90%가 심리학에 의해 지배된다. 일례로 대중은 낙관하면 악재 속에서도 주식을 사는 법이다. 코스툴라니는 “상상이야말로 성공투자의 전제조건이며 예측의 엔진”이라고 했다.

  동가홍상(同價紅裳)이라고 비관보단 낙관론을 따르자. 성공투자자의 절대다수는 낙관론자다. 반대로 암울하게 쳐다보는 사람치고 성공한 사례는 보기 드물다. 두려움을 갖거나 부정적인 사고는 경계해야한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시장은 항상 열린다. 그렇다면 기회가 늘 있다는 얘기다. 주기적인 등락조차 겁낼 이유가 없다. 폭등과 폭락은 자연스런 움직임이다. 주식은 일회성 게임이 아니다. 평생을 걸쳐 등판해야하는 반복적인 게임이다. 낙관/긍정적인 접근만이 길을 열어준다.

  고맙게도 주가 방향은 늘 우상향이다. 잠깐씩 우상향 경로를 이탈하긴 하지만, 큰 방향까지 거스러진 않는다. 길게 보면 주가는 반드시 오른다는 게 지금까지의 경험칙이다. 표준편차를 벗어나도 금방 회귀한다. 장기투자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뿌리를 둔다. 단기변동의 고통을 감내하는 참을성만 갖춘다면 승률은 훨씬 높아진다. 미래는 밝고, 또 주가는 오른다는 점을 기억하자. 조바심을 내는 건 생명을 앞당기는 행위다. 딸 수 있고, 잃을 수 있지만 절대로 죽어서는 안 된다.

  특히 한국증시의 미래는 더 긍정적이다. 일천한 역사에 비해 우량한 기업가치/싼 주가수준을 감안하면 지금이야말로 주식투자의 적기라는 분석이 많다. 20년 가까이 지속됐던 500~1,000 박스권도 조만간 상향돌파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간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던 시장논리도 서서히 게임의 규칙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기업가치가 건실해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외국인투자자의 입질이 멈추지 않는 게 한국주식의 투자가치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아직 희망을 놓을 때는 아니라는 얘기다.

  “대주했거나 돈 많은 늙은 과부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 있다. 피터 린치의 19번째 투자원칙이다. 늙은 과부는 조만간 죽게 마련이다. 굳이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지 않더라도 그 돈은 자기 것이 된다. 시간이 자연스레 해결해준다. 그만큼 낙관론이 중요하다는 걸 의미한다.

 

자료: <한국의 주식고수들> 전영수(한경비즈니스 기자) 지음

 

 

가치투자, ‘잔칫상은 먹어야 즐겁다’ 
  

  역시 솔루션은 ‘가치투자’다. 개인투자자가 주식으로 돈 버는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주식고수들을 숱하게 만나봤지만, 결론은 놀랍도록 일치한다. 하나같이 입을 맞춘 것처럼 가치투자를 최고의 무기로 꼽는다. 제도권이든 재야든 상황은 똑같다. 교통편은 달랐지만, 도착점은 모두 가치투자였다. 가치투자를 알기까지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쳤다는 점도 일치한다. “왜 진작 가치투자를 하지 않았을까”하는 후회도 한 목소리다.

  가치투자를 언급하면 흔히 세상물정 모르는 책상물림 투자라는 인식이 강하다. 개미군단과는 거리가 먼 ‘천상의 이론’일뿐이라는 폄하론도 적잖다. 좋은 줄은 알지만 실천하기가 대단히 힘들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가치투자가 풍기는 비현실적이고 어렵다는 이미지 탓이다. 일견 틀린 말도 아니다. 사실 개인이 가치투자를 채택한다는 건 거의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머리론 이해해도 가슴이 용납하지 않는다. 게다가 인간의 본성을 이겨야한다는 전제조건까지 깔려있다.

  가치투자는 그 길이 매우 험난하다. 본능을 제어하는 것에서부터 투자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가치투자는 탐욕과 조바심을 이겨야하고 끈질기게 평정심을 유지해야 빛을 발한다. 군중심리를 역으로 이용하고, 본인의 욕구는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 바꿔 말해 영원히 소수로밖에 남을 수 없는 투자세계의 아웃사이더 전략이다. 때문에 제 아무리 가치투자를 광고하고 권유해도 이를 제 것으로 만드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금과옥조의 비기(秘技)라도 안 쓰면 무용지물인 법이다.

  가치투자는 이론적으로 깨지지 않는다. 정상적인 시장에선 손실이 날 수 없는 방법이다. 반드시 거액을 버는 투자법은 아니지만, 가치투자자가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는 건 거의 확실하다. 가치투자는 벤자민 그레이엄이 쓴 《증권분석(Security Analysis)》에 잘 나와 있다. 이 책은 1934년도에 발간됐다. 무려 70년이나 지났다. 그런데 책 내용은 아직도 유효하다.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 필독서이자 양서로 회자에 인구되고 있다. 가치투자만큼 설명력이 높은 전략도 없다는 단적인 반증이다.

  가치투자란 좋은 기업을 발굴해 싼 값에 사서 기다리는 게 사실 전부다. 철저한 분석으로 투자원금의 안정성은 보장하면서 동시에 적절한 수익성까지 염두에 둔 투자법이다. 상식을 가지고 좋은 기업을 찾아내 장기보유하면 그뿐이다. 종목발굴 땐 반드시 재무제표를 분석함으로써 기업의 내재가치를 계산할 필요는 없다. 좋은 기업을 알아내는 방법은 재무제표 말고도 수없이 많다. 실생활에서 발견할 수 있고, 일을 보다가 알아챌 수도 있다. 숫자만으로 가치투자를 실천하려니 어려운 거다.

  좋은 기업 발굴은 재무제표 없이도 가능

  가치투자엔 몇 가지 핵심개념이 내포돼있다. 정의는 ??우량주를 헐값에 사 제값 받고 파는 것??이다. 따라서 헐값의 기준을 찾는 작업이 먼저다. 먼저 숫자로 알 수 있는 항목을 살펴보자. 수익/자산/배당가치를 보면 된다. 수익가치란 기업의 존재이유다. EPS증가율을 비롯해 PER 배수를 보면 얼추 짐작할 수 있다. 재무제표/부채비율은 안정성 측면에서 부수적으로 본다. 기업보고서를 보면 상세하게 정리돼 있다. 자산가치란 장부가치에 비해 얼마나 싸게 거래되느냐 여부다. PBR이 낮은 게 좋다. 배당은 당연히 배당수익률이 높은 게 유리하다.

  장부 상 숫자만으로 가치투자를 논할 순 없다. 장부상 가치가 싸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이럴 땐 개별기업의 특수성을 봐야한다. 지배구조/투명성/CEO/기업특징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성장성/시장지배력 등이 중요하다. 한 마디로 독점 여부다. 독과점적인 시장지배력은 필수다. 경쟁은 이익을 갉아먹는다. 독점적인 기업은 진입장벽에 의해 늘 보호받게 마련이다.

  지배구조도 최근 대단히 중요해졌다. 이땐 지분율을 챙기자. 대주주 지분이 낮은 기업은 일단 피하자. 30~40%면 회사이익과 대주주 본인의 이익이 대개 일치한다. 반면 10% 이하라면 장난칠 개연성이 있다. 대주주를 좇는 투자법을 배우자. 내부자거래를 보면서 대주주가 팔면 같이 파는 식이다. 눈감고 동행하면 손해는 안 본다. 이익의 방향이 결국 같기 때문이다. 투명경영도 도움이 된다. 회사가 정보를 잘 공개하느냐 여부다. 공시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가치투자에 있어 제일 중요한 건 가치의 변화 여부다. 이른바 기업가치의 질(質)적 훼손이다. 일례로 현재의 이익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향후 이익이 유지되느냐가 더 큰 문제다. 가치투자는 내재가치가 변하면 깨진다. 이게 아니면 반드시 이긴다. 기다리면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재가치가 나빠지면 큰 손실로 직결된다. 따라서 내재가치가 변하는 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한다.

  가치투자에 충실한 타이밍이란 가치가 변할 때뿐이다. 주식은 쌀 때 사는 반면 비쌀 때 파는 게 중요하다. 가치투자라면 싸지 않을 때 사선 곤란하다. 그래서 세일기간을 이용하는 게 좋다. 이른바 정상가격에 사지 않겠다는 자세다. 가치투자자라면 IMF나 9/11테러, 혹은 카드채 위기 등 폭락 때를 노린다. 이 때가 십중팔구 세일기간이다. 가치투자의 창시자 벤자민 그레이엄은 헐값에 사는 걸 ‘담배꽁초 줍기’라고까지 평가했다.

  개미군단은 늘 비법을 원한다. 고리타분한 공자님 말씀 말고 가려운 곳을 개운하게 긁어줄 눈높이 투자법을 갈망한다. 그것도 당장 결과를 봐야 직성이 풀린다. 귀동냥한 은밀한 정보에 피 같은 돈을 쏟아 붇는 건 이 때문.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잔머리로는 거대한 시장흐름에 맞설 수 없다. 자, 모범답안은 눈앞에 있다. 해법이 다소 길고 복잡하지만, 이게 정답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인내하며 상식에 바탕을 두자. 이게 바로 ‘가치투자’다. 성공투자엔 왕도도 첩경도 없다.

 

- 자료: <한국의 주식고수들> 전영수(한경비즈니스 기자) 지음

 

 

공부하라, ‘공짜 점심은 없다’ 
   
  부동산을 살 땐 발품/손품이 필수조건처럼 인식된다. 땅 한 평을 사도 중개업소/현장에 가서 일일이 확인하는 게 기본이다. 신중한 사람은 입지여건 따진다며 발걸음까지 셀 정도다. 컴퓨터를 살 때도 비슷하다. 사양/가격은 물론 판매원의 친절함까지 세심히 따진다. A/S를 위한 보증기간을 늘려달라며 떼쓰는 사람도 적잖다. 그런 다음 2~3군데 이상 비교분석해 제일 유리한 조건에 산다. 한 마디로 꽤나 신중한 구매결정인 셈이다.

  반면 주식을 살 땐 어떨까. 그렇게 신중한 사람조차 주식을 살 땐 의외로 허점이 많다. 뭐하는 회사인지도 모른 채 거금을 투자한다. 〈디지털조선〉을 선박회사로, 〈골드뱅크〉를 은행으로 알고 투자했다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까지 떠돈다. 하물며 성장성/수익성/안정성 등의 지표는 알 턱이 없다. 해당기업의 보고서조차 읽어보지 않은 주주가 수두룩하다. 이들이 보는 건 딱 하나다. 매수가 대비 현재가가 얼마인지만 관심일 뿐이다. 오르는 이유도, 떨어지는 까닭도 잘 모른다.

  주식시장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기회 역시 비교적 공평하다. 여기서 성공하는 길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분석하는 자세다. 많은 사람이 손실만 탓하고 노력은 멀리한다. 이건 큰 착각이자 오해다. 손실을 봤다면 분명 이유가 있다. 뭘 하든 노력은 필수다. 피터 린치는 연구 없는 투자를 ‘패를 보지 않고 배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한 짓인가. 최소한 냉장고 한 대 살 때만큼의 시간과 노력은 필수다. 투기세력조차 발품을 파는 건 기본이다. 기회는 소녀처럼 왔다가 토끼처럼 달아난다고 했다. 토끼를 잡으려면 토끼의 모든 걸 알아야한다.

  잘 알면 수익률은 높아진다. 아는 것 없이 프로들 흉내 내다 코 깨지는 투자자가 수두룩하다. 외국인투자자가 손 안대고 코 푸는 것 같지만, 그건 오해다. 쉽게 버는 건 하나도 없다. 아마추어는 남들 돈 버는 것만 보이지 깨지고 손절하는 건 못 본다. 프로에겐 피눈물 나는 공부와 노력이 반드시 있다.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영리해지는 수밖에 없다. 영리해지려면 방법은 치열한 공부뿐이다. 공부하겠다고 작정하면 방법은 수없이 많다. 투자환경이 좋아져 각종 도구?루트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클릭 한번으로 모든 정보를 구하는 시대다.

  공짜점심은 없다. 주식투자자라면 끊임없는 공부가 필수다. 최근 산업/기업환경의 변화속도가 엄청 빨라졌다. 조금만 뒤처지면 못 따라간다. 일단 많이 읽고 경험하자. 가령 묵직한 펀드멘털 변화란 건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아마추어에게만 갑작스레 느껴질 뿐이다. 실상은 절대 그렇지 않다. 본격적인 변화 이전에 이미 징후가 많은데다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변화한다.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게 트렌드다. 트렌드를 따라잡아야 성공할 수 있다. 그게 안 되면 간접투자를 하는 게 훨씬 낫다.

  한국증시만큼 외생변수에 휘둘리는 경우도 없다.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이다. 6자회담 개최 여부나 미국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한국증시를 쥐락펴락한다. 따라서 경제공부만 해선 부족하다. 가능하면 국제 정치체제도 살피는 게 좋다. 언뜻 상관없이 보이지만, 실제론 큰 영향을 미친다. 증권사가 정치외교 전공자를 고용하는 건 이 때문이다. 일례를 보자. 국제 패러다임 변화는 환율과 직결된다. 또 환율은 외인천하의 한국증시를 지배한다. 이들이 팔면 한국증시는 떨어지게 돼있다.

  기술적 분석도 마찬가지다. 차트는 어설프게 아느니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고 한다. 무시하려면 싹 무시하든지, 그게 아니면 100% 정확히 이해하자는 얘기다. 차트는 철저한 공부가 선행조건이다. 공부한 만큼 차트실력은 는다. 그래야 세력이 쳐놓은 함정에도 속지 않는다. 사실 차트만큼 조작/왜곡되고 후행적인 지표는 없다. 따라서 확실한 이해 없는 차트사용은 금물이다. 똑같은 차트라도 누구는 매수신호로, 또 누구는 폭락징후로 받아들인다.

  주식공부를 생활의 일부로… 투자일지도 효과적

  그렇다면 주식공부는 어떻게 하는 걸까. 뭐든 마찬가지겠지만, 여기서도 왕도는 없다. 기본적으로 투자 관련서적을 적어도 3~5권은 독파하자. 읽다보면 용어는 자연스레 깨우쳐지고, 대충이지만 시스템도 이해된다. 증시는 살아있는 동물이다. 따라서 그때그때의 경제관련 이슈를 이해하는 게 급선무다. 경제신문은 꼭 챙겨 읽자. 증권사 보고서도 유용한 도구다. 표준전과는 아니라도 참고서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주식공부는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돼야한다.

  투자일지를 쓰는 것도 좋다. 흔히 가계부를 쓰면 효율적인 자금관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주식투자도 비슷하다. 투자당시의 매매상황과 선정이유, 추후의 손익 등을 면밀히 기록한 것에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투자는 늘 반복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투자일지에 그 해답이 있다. 성공한 투자자는 십중팔구 투자일지 마니아다. 장 마감 후 투자일지와 함께 그날의 평가를 시작한다. 

  단 항상 겸손함을 떠올리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시장 앞에 겸손히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례로 모든 문제에 해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는 그 해답의 질문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설사 정답을 알았어도 그걸 빠르게 변해가는 투자세계에 적용할 순 없는 일이다. 현명한 투자자는 늘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동시에 새로운 걸 겸허히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를 견지한다. 대개 보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법이다.

  물론 아무리 공부해도 전문가처럼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순순히 인정하자.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 주식투자는 두뇌싸움이 아니다. 차라리 순발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많이 안다고 벌 것 같으면 경제학자는 모두 부자가 돼야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개인의 핸디캡을 원칙적으로 방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마추어가 굳이 프로와 맞짱 뜰 이유는 없다. 일례로 보유종목을 줄이는 것도 위험관리다. 관리능력 없는 분산투자는 발목을 잡는 법이다.

  주식에서 돈 버는 사람은 극소수다. 확률적으로 2할 이하다. 따라서 주식초자라면 섣불리 계좌를 틀지 말자. 특히 잘 모른다면 더더욱 그렇다. 객기만으로 덤벼선 곤란하다. 차라리 안 하는 게 돈 버는 길이다. 정 하겠다면 공부를 하든지 아님 전문가에게 맡기자. 현실을 인정하자. 개인투자자의 비교우위는 거의 없다. 혹자는 경기곡선이 1회전 왕복하는 시간만큼 준비하라고 할 정도다. 지옥과 천당을 모두 경험해야 신중한 접근이 가능하다고 봐서다. 이 기간만 대략 3~5년이다.

 

자료: <한국의 주식고수들> 전영수(한경비즈니스 기자) 지음 
 
 
역발상, ‘뒤안길에 꽃밭 있다’ 
 
  투자격언엔 유독 ‘남들과 다르게’를 강조한 내용이 많다. ‘대중이 안가는 뒤안길에 꽃밭이 있다.’부터 ‘모두가 좋다는 건 피하는 게 좋다.’까지 수두룩하다. 왜일까. 주식투자의 가장 큰 변수는 군중심리다. 그런데 이 군중심리란 게 웃기다. 정직하게 반영돼야할 군중심리가 되레 시장을 비정상적으로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합창 후 주가는 반대로 움직인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주식투자란 일종의 미인대회다. 제 아무리 곰보라도 심사위원만 좋게 보면 입상하게 마련이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인기주라면 응당 고가에 거래되는 게 당연하다. ‘인기주 → 수요증가 → 가격상승’의 흐름을 보이는 게 정상적인 까닭에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반대일 때가 많다. 너도나도 인기주라고 얘기하지만, 정작 주가는 오르지 않는 경우가 적잖다. 주가엔 대중심리가 수렴된다는 말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현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이가 좋다고 합창하는 주식을 예로 들자. 이 주식은 이미 상당수 투자자가 매수를 끝내놓고 오르기만을 기다릴 확률이 높다. 좋은 줄 알면서 사지 않을 사람은 없다. 사놓고 남에게 추천하지 않는 투자자는 더더욱 없다. 합창소리가 높을수록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반증이다. 때문에 팔려는 사람이 많다면 주가는 떨어지기 십상이다. 약간의 주가상승에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단 좋다는 소문이 천천히 퍼지면 괜찮다. 이건 대중심리도 아니다. 반면 모든 이가 다 알면 아무리 좋아도 추가적으로 사줄 사람은 더 이상 없다. 

  군중심리는 다분히 비정상적이다. 때문에 영리한 시장은 늘 군중을 보기 좋게 따돌린다. 모든 이가 큰 시세를 기다리면 절대 올라가지 않는다. 떨어지기를 기다려도 하락은 없다. 한 마디로 모든 투자자의 의견이 일치하면 주가는 늘 반대로 움직인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건 이런 대중심리를 반영한 격언이다. 대중이 사려할 때 미리 사둔 주식을 선수 쳐 팔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단위면적당 바보가 가장 많은 곳이 증권사 객장이란 격언이 있다. 앙드레 코스툴라니의 말로 매매타이밍을 잘못 잡는 대부분의 투자자를 꼬집는 표현이다. 비쌀 때 사서 쌀 때 파는 일을 수없이 반복하는 현실 말이다. 그런데 비단 아마추어만 바보인 건 아니다. 내로라하는 펀드매니저조차 원숭이보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대중심리를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팔자’가 대세일 때 ‘사자’는 외롭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꽤나 효과적이다. 이른바 역발상 전략이다.

  실제로 코스톨라니의 핵심 투자전략은 ‘청개구리 작전’이다. 심리적 역발상이 투자수익을 극대화시켜준다는 게 그의 경험담이다. 남들과 반대로 하란 예기다. 물론 쉽지 않다. 대중심리란 게 마음의 평안을 주기 때문이다. 실패담의 십중팔구는 하락 때 주식을 처분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극도의 패닉에 몰려 내린 결단이다. 하지만 성공투자자는 이때를 잘 버틴다. 타인으로부터의 고립을 통해 대중심리를 극복한다.

  주식, 소수의 게임… 외로워야 빛 발해

  주식은 소수의 게임이다. 외로워야 성공한다. 모든 사람이 멈췄을 때 발걸음을 재촉해야하며, 대중이 뛸 때 쉬어야한다. 이게 바로 역발상이다. 역발상의 효과는 수없이 증명됐다. 9/11 테러 때 정신없이 주식을 내다판 투자자는 이후 몇 달간 배앓이를 해야 했다. 반대로 너나없이 돈 싸들고 객장에 몰려들 땐 어김없이 상투였다. 그럼에도 불구, 대다수는 양떼처럼 몰려다니는 게 맘 편하고 좋다. 양은 앞 양의 엉덩이만 보고 따라간다. 첫 번째 양이 절벽에서 떨어지면 모두 다 떨어진다. 바로 ‘양떼이론’이다. 투자는 양떼처럼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역발상 전략은 특히 매매타이밍을 잡을 때 대단히 효과적이다. 일례로 바닥매수/천정매도가 대표적이다. 모든 사람이 광분할 땐 빠져나오는 게 정답이다. 대중은 주가가 폭등할 때 과(過)매수하는 경향이 강하다. 폭락 때는 또 과매도로 쏠린다. 뭔가 무너질 것 같은 비관론이 팽배할 땐 용감히 주식을 사 모으는 게 낫다. 대개 시장이 급락할 땐 매수기회다. 수치만 봐선 바닥/꼭지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땐 대중심리를 역이용하자. 비관론이 판치면 매수고, 장밋빛 전망이 지배적이면 팔 준비를 하자.

  물론 말이 쉽다. 행동으로 옮기기는 난제 중의 난제다. 대중심리를 거꾸로 이용한다는 게 효과적인만큼 실천하긴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해야 한다. 조만간 시장은 다시 평정을 되찾는다. 시간이 약이다. 지나고 후회해봐야 말짱 도루묵이다. 극단적인 대중심리란 결국 치유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역발상을 완성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공부와 용기가 필요하다. 공부를 해야 확신이 들고, 확신이 들어야 과감히 실천하는 법이다. 심리와 행동의 불일치는 인간본성이다. 성공투자자는 이 벽을 뛰어넘어야한다. 수익률은 대중심리와 정반대다.

  증시역사란 폭등과 폭락의 반복이다. 등락은 철저히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등락을 규정하는 시장참가자의 심리상태를 체크하는 게 우선이다. 당연히 관건은 ‘남들과 반대로’다. 이때 주관이 흔들릴 것 같으면 시장과 담을 쌓는 것도 방법이다. 거물급 투자자 중 한적한 시골에서 매매하는 사람이 많은 건 이 때문이다. 인터넷 연결을 끊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칫 대중심리에 휘말릴 수 있는 개연성은 처음부터 차단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대세까지 역행하란 말은 아니다. 시장에 맞서면 곤란하다. 시장은 따라가는 게 좋다. 시장추세의 관찰조차 없이 ‘무조건 반대로’를 외쳐봐야 무용지물이다. 한 마디로 대세엔 순응하고 대중에는 역행하자는 뜻이다. 시장을 따라가기란 어려운 과제다. 일례로 IT붐이 한창일 때 과열조짐을 핑계로 기술주 투자에 등한시했다면 이는 대세에 역행한 셈이다. IT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장기 트렌드로 판명이 났다. 이런 걸 알려면 주도면밀한 공부가 선행조건이다. 알아야 역발상도 가능하다.

 

자료: <한국의 주식고수들> 전영수(한경비즈니스 기자) 지음

 

 

과유불급, ‘맞짱도 힘 있어야 뜬다’ 
 
  ‘BLASH’전법이란 게 있다. 이는 주식투자 최고위 비법으로 각광받는 이론 중 하나다. 이것만 잘 실행하면 주식투자는 사실 1년 365일 백전불패다. 최소위험에 최대이익을 보장해준다. 물론 이건 뜬구름에 가깝다. 이 전략만큼 허망(?)한 단어도 없다.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게 거의 정설이다. 공자님 말씀(?)인 까닭에서다. ‘BLASH’는 다가서면 저만치 멀어지는 신기루와 똑같다. 잡힐 듯해도 결코 잡히지 않는다.

  여기서 ‘BLASH’란 ‘Buy Low And Sell High’의 약자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라는 얘기다. 간단한 것 같지만 이것만큼 지키기 힘든 게 없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타이밍을 매번 잡는다는 건 신(神)조차 불가능한 과제다. 운이 좋아 한두 번은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때 먹은 수익은 결국 단 한번의 엇박자에 토해내는 게 현실이다. 저점매수/고점매도는 차라리 잊고 지내는 게 낫다. 인간에게 최고의 타이밍은 처음부터 없기 때문이다.

  생선의 꼬리와 머리는 고양이에게 주자. 또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면 그걸로 만족하자. 으레 바닥에서는 사기 어렵고, 천장에서는 팔기 어려운 게 주식이다. 생선도 다 먹으려면 체하는 법. 머리/꼬리에 대한 미련 때문에 몸통 먹을 기회조차 버리진 말자. 욕심을 버려야 한결 여유로운 투자가 가능해진다. 평상심 덕에 매매적기를 잡기도 훨씬 수월하다.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다. 투자실패의 절대사유는 과욕이나 조바심 때문이다. 기대나 욕망이 지나친 탓에 화를 자초한다. 대개 사면 호재가 더 보이고, 팔면 악재가 부각되기 마련이다.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통제력을 잃는다. 고통으로 인해 몸부림치거나, 즐거움으로 어쩔 줄 몰라 한다. 자신을 다스리지 못해 계좌를 깡통으로 만든다. 승리하는 전문가는 심리를 정복하지만, 실패하는 아마추어는 그것을 무시한다. 투자란 욕심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스스로의 성찰과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한 건 이 때문이다.

  대박논리의 비효율성은 역사가 증명해줬다. 기대수익률도 현실적으로 낮추자. 이자율(시중금리) 4%대의 한국시장에선 리스크를 감안해도 10~12%면 아주 괜찮은 수익률이다. 종목선정이 베스트였다 해도 연간 15% 수익이면 족하다. 그것도 1년을 타깃으로 한 투자다. 대박은 환상이다. 최소한 목표수익에 도달했다면 욕심을 버리자. 시장은 늘 욕심과 공포 탓에 출렁인다. 대박은 깡통과 동의어다. 투기보단 합리적인 투자수단으로 주식을 볼 필요가 있다. 

  한 종목에 모든 자금을 투자하는 ‘몰빵’도 절대금물이다. 주식투자는 목숨 긴 게 최고다. 오래 버티면 사이클에 올라탈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흔히 주식투자로 큰돈 버는 기회는 10년에 한번이라는 게정설이다. 지난 번 10년을 놓쳤다면 다시 10년 후 기회가 온다. 앙드레 코스툴라니나 존 템플턴의 나이가 아흔이 넘은 건 그만큼 많은 기회를 가졌다는 반증이다. 안달을 내지마라. 주식은 모든 투자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준다. 단 준비가 돼 있는 사람에게 말이다.

  마지막 돌 하나는 남겨둬야 재기도 가능

  롱런하려면 마지막 돌 하나는 쥐고 있어야한다. 최악의 경우라도 제기할 수 있는 발판은 마련해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여유자금만으로 참가하는 게 낫다. 주식은 등락을 반복한다. 따는 사람과 잃는 사람이 공존한다. 큰 자금으로 단기간에 욕심을 부린 투자자 치고 롱런하는 사람은 없다. 몇 번 꼴면 아예 이성을 상실하기 십상이다. 이걸 이기려면 여유자금으로 느긋하게 덤비는 게 좋다. 그래야 단기변동에도 참고 웃을 수 있다.  

  주식으로 전 재산을 날린 것도 모자라 빚까지 져 괴로운 날을 보내는 사람을 가끔 만난다. 멀쩡한 사람이 주식에 미쳤다며 혀 찰 이유는 없다. 주식에 탐닉하면 누구든 그럴 수 있다. 뻔히 돈 버는 길이 보이는 데(물론 환상이지만) 욕심내지 않는다는 게 더 이상하다. 자기 돈은 물론이고, 대출에 미수/신용까지 총동원한다. 말 그대로 ‘올인’이며 승리에 대한 신념도 대단하다. 결과는 어떨까. 이기면 좋겠지만 열에 아홉은 재기불능의 나락에 빠진다. 두 번 다시 기회조차 없다. 명심하라. 끝까지 버틴다면 기회는 얼마든 있다. 욕심을 비우고 주식투자를 즐기자. 무엇보다 일정규모로 꾸준히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대출/신용을 이용한 투자는 굉장히 위험하다. 남의 돈은 곧 조바심을 뜻한다. 금리라도 오르면 죽을 맛이다. 당연히 평상심은 단번에 깨진다. 매매적기 포착 역시 애초부터 불가능해진다. 이런 점에서 주식투자자에게 내 집 마련은 중대한 전제조건이다. 자가(自家)는 최후의 보루이자 든든한 평상심의 발로가 된다. 내 집이 없다면 당장 주식투자를 그만두자. 곧 죽어도 해야겠다면 철저히 없어도 되는 돈만 한정해 투자하자.

  주식은 언뜻 보면 굉장히 쉽다. 게다가 하루 12~15%의 강력한 역동성까지 겸비했다. 설상가상(?)으로 초보자 치고 돈을 벌어보지 않은 사람도 없다. 한 마디로 진입장벽이 대단히 낮다. 문제는 그 다음. 주식은 경력이 쌓일수록 어렵고 승률이 낮다. 왜일까. 대표적인 게 잘 몰라서 잘 지켰던 초심(初心)을 망각하기 때문이다. 잘 모를 땐 겁나고 두렵고 욕심도 없다. 그런데 돈 좀 벌면 상황은 돌변한다. 기꺼이 위험까지 감수하려 든다. 결국 모든 걸 잃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시장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시장에 물어보라’는 건 시장만큼 정직하고 냉정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을 인정하자. 욕심은 금물이다. 투자와 투기는 탐욕의 역사다. 탐욕을 끊는 사람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법이다.

 

자료: <한국의 주식고수들> 전영수(한경비즈니스 기자) 지음

 

 

집중투자, ‘난 한 놈만 조진다’ 
 
〈주유소 습격사건〉이란 코믹영화가 있다. 제목만큼 튀는 재미있는 명대사(?) 때문에 이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이 적잖다. 특히 등장인물 중 유호성의 대사가 파격적이다. 마치 ‘17대 1’처럼 수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유호성은 유독 특정인물만 타깃으로 해 싸움을 벌인다. 다른 상대는 안중에도 없다는 투다. 타깃으로 찍힌 상대가 “왜 나만 갖고 그러냐?”고 묻자 유호성이 뱉은 말이 걸작이다. “난 한 놈만 조져!”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격언이 있다.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가 한 말로 포트폴리오 이론의 기초에 해당한다. 쉽게 말해 주식투자 땐 한 종목에 모든 걸 걸지 말라는 의미다. 이는 분산투자의 핵심개념이다. 투자세계에선 일종의 ‘정석’처럼 받들어진다. 투자자치고 이 격언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도 없다. 동서고금/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분산투자는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반면 일각에선 분산투자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분산보단 집중이 더 효과적인 수익률을 낳는다는 얘기다. 특히 이론가 집단보단 실전 투자그룹에서 두드러지게 집중투자의 효과가 거론된다. 일례로 워렌 버핏은 스스로를 ‘집중 투자자(focus Investor)’로 규정했다. 또 한국의 전업투자자 중 절대다수도 “계란은 되도록 한 바구니에 담을 것”을 권한다. “분산투자는 말도 안 되는 이론”이라며 깎아내리는 선수까지 있다. 

  집중투자의 성공사례를 보자. 워렌 버핏의 버크셔 헤더웨이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주식투자는 그 자체가 거대한 포트폴리오다. 규모 역시 상당하다. 거의 피델리티 마젤란펀드와 맞먹는다. 하지만 포트폴리오 전략은 극명하게 갈린다. 대부분의 대형 펀드가 100개 이상의 종목을 갖고 있지만, 버크셔는 30개 남짓에 불과하다. 분산투자로 변동성은 줄여도 위험까지 피할 수 있다곤 보지 않는다. 때문에 잘 아는 회사에 집중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버크셔 포트폴리오의 80%는 소비재와 금융, 단 두 섹트에 집중돼 있다.    

  실제로 개인투자자에겐 집중투자가 보다 효과적일 확률이 높다. 분산투자는 수익은커녕 원가도 빠지지 않는 허울 좋은 슬로건에 불과할 수 있어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상당수 개인의 경우 분산할 만큼 투자금액이 많지 않은데다, 또 기껏 분산해봐야 제대로 관리가 안되는 게 보통이다. 일례로 백화점식 잔고란 게 분산투자의 실패가 남긴 대표적인 허상이다. 적어도 아마추어에게 분산투자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초보라면 2~3개만 집중하는 게 효과적

  단 집중투자엔 전제조건이 있다. 무엇보다 잘 아는 좋은 종목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우량주가 아니면 집중투자는 손실을 키울 뿐이다. 또 만에 하나를 위해 손절매 룰을 강화해야한다. 자칫 종목선정에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손절기준을 정하고 지킬 필요가 있다. 동시에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크게 건다는 걸 몰빵으로 이해해선 곤란하다. 버핏의 저서를 보면 각 10%씩 10종목 가량을 전제한 뒤, 때에 따라 투자비율은 늘리되 투자종목은 줄일 것을 권고한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가장 큰 액수를 배팅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집중할 종목은 몇 개가 적당할까. 버핏처럼 큰손이야 10종목이라도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의 개미군단에게 10개는 너무 많다. 물론 개인의 투자규모는 천차만별이다. 일률적인 얘긴 힘들어도, 얼추 5종목 이내가 적당하다. 그 이상은 곤란하다. 5종목만 해도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 전업투자자의 상당수가 2~3개만 집중 매매한다. 1~2개 종목의 풀 배팅 또한 개인 입장에선 너무 위험한 전략이다.

  특히 초보 아마추어라면 종목은 적을수록 좋다. 위험 분산을 이유로 여기저기 기웃대선 안 된다. 헷갈려서 집중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 잘 알지 못하고 확신 없는 잡다한 종목에 잔뜩 분산투자해도 위험은 제한되지 않는다. 어떤 때건 최대 2~3개 이상의 종목에 전력을 기울일 수는 없다는 게 경제학자 케인스의 판단이다. 확률 높은 2~3종목을 최대한 활용하자. 종목을 압축해나가면 감(感)이 오는 종목이란 게 2~3개를 넘지 않는 게 보통이다. 단 확신이 서지 않으면 매매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단 종목이 확실하고 손절매 룰만 있다면 차라리 한 종목에 집중하는 것도 좋다. 집중투자의 효과는 이럴 때 훨씬 부각된다. 일례로 손절기준이 10% 이내이고 분할매수까지 한다면, 매수 자체에 이미 하락리스크를 반영한 셈이다. 종목관리가 확실하고, 매매원칙만 지켜진다면 집중투자가 낫다는 증거가 많다. 하지만 이 정도를 지킨다면 이미 아마추어가 아니다. 본인 판단에 미숙함을 느낀다면 일단은 한정된 규모의 분산투자가 바람직하다.

  잦은 매매는 좋지 않다. 될 만한 알짜배기 몇 개만 골라 꿋꿋하게 보유하는 게 좋다. 버핏은 “투자자란 평생 20개의 구멍밖에 뚫을 수 없는 펀치카드를 가진 사람처럼 행동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신중하되 절호의 기회가 왔을 때 낚아채라는 메시지다.

  내 손안의 새 한 마리가 숲 속의 열 마리보다 나은 법이다. 보유종목을 계속 관찰하는 건 그만큼 의미가 크다. 피터 린치는 이를 “포커에서 계속 패를 돌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회전율이 높은 건 좋지 않다. 굳이 교체할만한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이유는 없다. 상당수 투자자의 심리란 게 오르는 건 팔면서, 내리는 건 되레 물 타기를 한다. 그런데 사실은 정반대다. 오르는 건 놔두고, 떨어지는 건 던지는 게 더 낫다.

 

자료: <한국의 주식고수들> 전영수(한경비즈니스 기자) 지음

 


귀동냥 정보, ‘거지에게나 던져주라’

 

   “확률로 봐도 50%가 안 될 걸요. 가령 3개 중 2개는 역정보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100% 선수들끼리 주고받지만 그다지 믿진 않아요. 아무리 친한 동료라도 속고 속이고 하죠. 그래도 누구 하나 대놓고 욕하진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책임은 본인 몫이거든요.” 증권가엔 정보회의란 게 있다. 각 사별 대표선수가 참가해 증권가의 투자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다. 대부분은 피라미 정보에 불과해도, 가끔 월척 같은 고급정보가 낚이기도 해 관련자들 사이에선 중요한 모임으로 인식된다. 
   여기서 논의되는 정보는 대개 순도가 높다. 말도 안 되는 낭설을 내놓진 않는다. 하나를 주면 하나를 받는 ‘Give & Take’룰이 철저히 적용된다. 때문에 평균 이하의 정보란 곧 퇴출을 뜻한다. 바쁜 시간에 회사의 명예(?)까지 걸고 참가하는 다른 멤버들이 용서(?)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정보조차 곧이곧대로 이용되진 않는다. 믿을만하다지만 일말의 뜬소문/역정보 가능성조차 경계하기 위해서다. 꾼들 사이에선 “듣긴 듣되 움직이진 않는다.”는 게 이런 정보다.

  그런데 가끔 사고(?)가 터지기도 한다. 유출이 금지된 이들 자료가 몇몇 아마추어 투자자들에게 흘러들어가는 경우다. 반향은 의외로 크다. 초기정보는 꼬리를 물고 확대재생산 된다. 이때 초기정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변신한다. ??카더라??통신의 파워가 무서운 건 이 때문. 침소봉대/왜곡조작은 기본이다. 몇몇은 애초부터 이런 목적으로 생산된다. 이른바 작전세력용 역정보다. 얼마나 치밀한 가공을 반복했는지 웬만한 전문가조차 쉽게 속을 만큼 신빙성도 높다. 결국 당했음에도 불구, 그 음모의 실체조차 깨닫지 못하는 투자자가 수두룩하다.

  ‘귀동냥’식 매매는 금물이다. 한 다리 건너 들어오는 소문/정보에 귀를 기울이는 투자자가 많다. 하지만 아쉽게도 상당수는 무용지물이다. 아니 엄청난 손실을 입히는 악의 축이다. 가령 빠지고 있는데도 세력이 물량매집을 위해 일부러 망가뜨린다고 소문내면 그대로 믿어버리는 게 현실이다. 작전세력은 절대 수익을 나누지 않는다. 하물며 이런 정보를 줄 리가 없다. 이런 게 바로 뇌동매매다. 한방에 전 재산 날릴 수 있으니 조심하라.

  뇌동매매는 가급적 삼가는 게 좋다.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요동치고 휘둘리면 그 결과는 뻔하다. 상당수 개미군단은 나스닥 따라 벌 떼처럼 몰려다닌다. 차트를 올려놓고 분차트 따라 부화뇌동한다. 테마니 공시니 단발뉴스에 목을 맨다. 공원의 비둘기처럼 항상 놀랄 준비만 한다. 남의 말에 귀를 쫑긋해선 앞날이 없다. 이런 사람들에게 정보는 곧 파산일 뿐이다. 절대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 군중 역시 좇을 필요가 전혀 없다.

  뉴스/통계란 과거 얘기, 힌트를 찾아내자

  뉴스로부터 각광 받는 주식도 조심하자. 최신 뉴스일수록 더 그렇다. 무엇보다 확인하는 버릇이 중요하다. 뉴스는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일례로 취재원의 일방적인 정보만 소개될 확률이 높다. 또 희망사항이나 미래전망이 마치 현재인 것처럼 각색되기도 한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사실무근일 때가 적잖다. 뉴스는 뉴스일 뿐 절대적인 진실은 아니다.

  뉴스는 과거 얘기다. 그런데 투자자의 사고는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는 전날의 9시 뉴스를 보고 종목발굴과 타이밍을 결정한다. 이는 대단히 잘못된 행태다. 언론이 다룬 이슈는 십중팔구 후행적인 뉴스다. 지금을 반영한 게 아니다. 경기전망을 예를 든다면 적어도 6개월 이후를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자.  

  부자들은 항상 미래를 생각한다고 그러지 않는가. 주식투자도 똑같다.

  이런 점에서 통계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 주가란 예측불가능하다. 충격적인 사건(호/악재)이 증시흐름을 순식간에 180도 바꿔놓기 때문이다. 과거의 통계/사건에 너무 집착해선 안 된다. 어제의 소외주가 오늘의 황제주로 변신하는 건 다반사다. 지나간 일에 사로잡혀서는 큰 흐름을 놓친다. 백과사전 같은 지식보단 그 연관성을 찾아내 큰 그림을 그리는 명상/사색이 더 중요하다. 변덕스런 시세 때문에 마음의 평정을 잃지 말자. 통계에 대한 집착은 위험하다. 참고로 자료/통계는 기본적으로 15년 이상치를 계속 챙겨보는 게 좋다.

  단 재료매매를 한다면 정보/뉴스는 중요한 포인트다. 단기투자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매일 장 마감 후 나온 공시/뉴스를 챙길 필요가 있다. 곧바로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일 장의 이슈가 장 마감 후 알려지는 케이스도 많다. 재료매매는 대부분 힌트를 알 수 있다. 뉴스 안에 미래의 재료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흘러간 뉴스만 잘 분석해도 얼추 앞으로 벌어질 재료를 알 수 있다. 특히 단어/발언강도에 따라 추가적인 재료를 찾아낼 수도 있다. 뜬금없는 재료란 없다. 기보유종목이라면 항상 그 종목과 관련된 모든 뉴스를 파악하려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시장은 아마추어라고 봐주진 않는다. 손실은 전액 본인 책임이다. 따라서 접근방법 역시 전문가와 다를 이유가 없다. 기본적인 지식/정보만큼은 챙겨야한다. 물론 뜬소문 식 정보나 군중심리를 역이용해 수익을 낸 때도 있다. 그러나 이건 옛날 얘기고, 더구나 개인이 장을 주도할 때만 가능하다. 이젠 시장이 달라졌다. 외국인 비중이 늘면서 보다 전문화된 접근법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귀동냥으로 종목 골라봐야 당하기 십상이다. 되레 정보는 흘러넘친다. 자기 타입에 맞는 정보채널을 갖고 쭉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자료: <한국의 주식고수들> 전영수(한경비즈니스 기자) 지음

 

 

생활의 발견, 할인점엔 뭔가 있다

 

   ‘월가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피터 린치. 그는 친척 중 백화점 직원이 없다는 걸 꽤 아쉬워했다고 한다. 만일 있었다면 1주일에 3~4번은 집에 초대했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백화점 직원의 생생한 정보력을 그만큼 높이 샀단 얘기다. 할 수 없이(?) 그는 차선책을 골라야했다. 쇼핑을 좋아하는 세 딸과의 잦은 대화가 그것이었다. 대안이었지만, 결과는 대만족. 시장의 유행/인기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 충분했다. 청바지 메이커 ‘갭’의 발굴이 대표적인 사례다.

  주가는 기업실적을 그대로 반영한다. 실적의 호불호에 따라 주가방향도 정해진다. 여기서 실적이란 매출 결과 얻어진 영업순이익을 주로 뜻한다. 이게 증가추세에 있으면 일단 합격점이다. 그렇다면 이런 실적정보는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예외 없이 기업보고서나 상장기업편람 등이 정보유통의 경로로 활용된다. 러프하게는 언론도 실적정보의 전달자로서 역할을 맡는다.

  문제는 이게 가공을 거친 2차 정보라는 점이다. 수치로 정리/조합된 보고서와 생생한 현장과는 괴리가 있게 마련. 제 아무리 현장을 잘 반영했어도 분위기/느낌만큼은 올곧이 옮겨질 수 없다. 때에 따라 의도된 은폐와 가식까지 개입되는 게 현실이다. 이른바 분식회계다. 여기에 분석/작성자의 편견과 시차까지 감안하면 그 실적수치는 상당한 한계를 띌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일 확실한 건 현장 확인이다. 투자자가 직접 눈으로 판매현장을 살피는 방법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한번 보고 느끼는 게 최고다. 이런 점에서 판매현장은 기업/제품의 흥망성쇠를 관찰하는 최적의 장소다. 그 회사의 제품이 잘 팔리는 지 여부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판매현장은 솔직하다. 모든 게 공개돼있다. 생활 재테크란 바로 이런 거다. 주식투자의 출발점 역시 판매현장인 편이 훨씬 유리하다. 

  개인은 눈으로 투자하는 게 좋다. 눈에 보인다면 일단 믿을 수 있다. 일례로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광동제약 ‘비타500’을 보자. 얼마 전부턴 동종제품 부동의 No1인 ‘박카스’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보는 증권사 보고서보다 소비자에게 먼저 캐치됐다. 시장에선 한결같이 비타500의 판매추이를 놀라워했다. 전업투자자 K씨는 이를 중대한 매수시그널로 이해했다. 적잖은 수익을 낸 건 물론이다. 반면 증권가 보고서엔 한참이 지난 뒤 그 내용이 반영됐다.

  신문보기, ‘정치면 → 산업면 → 증권면’순서로

  비타500 케이스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생활 속 투자정보란 누구든 관심만 가지면 얻을 수 있다. 주변을 훑어보자. 투자정보란 멀리 있지 않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시장/할인점에서의 장보기를 주저(?)해선 곤란하다. 시장은 실물경기를 챙기는 가장 좋은 장소다. 기업의 실적변화란 여기서부터 비롯되는 법이다. 업종내부의 경쟁구도까지 쉽게 목격된다. 이 습관이 반복되면 경기패턴과 개별기업의 관계를 아는 데까지 내공이 쌓인다. 

  굳이 소비생활이 아니라도 방법은 있다. 자신의 일터를 정보발굴의 루트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누구든 전문분야는 있게 마련이다. 자신이 일하는 현장을 무시하지 말자. 본인의 상식이 남들에겐 핵심정보일 수 있다. 자신의 작업공간에 남들은 접근하지 못해 안달이다. 의사/약사라면 제약업에, 은행원이라면 금융업에 접근하는 게 훨씬 전략적이다. 자기가 몸담은 곳을 활용하자. 이것도 생활 속 투자다. 굳이 먼 데서 찾을 이유가 없다. 본인의 특화분야에서부터 출발하자. 고급정보란 일반인의 생활 주변에서 얻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투자정보의 ‘생활 속 발견’은 사실 가치투자의 핵심개념이다. 일례로 워렌 버핏은 ‘생활밀착형 기업’을 대단히 선호했다. 오죽하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코카콜라/워싱턴 포스트 등 몇몇은 “죽기 전까진 절대로 팔지 않겠다.”고까지 선언했을까. 모두 일상에서 접하는 제품/서비스를 생산하는 소비재기업이다. 특히 외생변수에 쥐락펴락하는 한국시장에서 내수주의 가치투자는 설득력이 꽤 높다. 수출관련주는 잘 모르는 데다 변동성이 심하다. 그렇다면 굳이 위험하게 이들 기업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실생활에서 파악할 수 있는 내수업종에 국한해도 투자할 기업은 수두룩하다.

  그렇다면 이런 기업을 고르는 세부 선정기준은 뭘까. 먼저 기업요소를 보자. 회사의 활동이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워야한다. 모르는 회사에 접근해선 곤란하다. 아는 범위에서 투자하되, 그 안다는 건 비교적 정확하고 자세해야한다. 핵심은 대장주다. 이른바 독점 여부다. 유사한 경쟁자가 없거나 특허권/브랜드/독창성 등이 탁월한 제품/기업만으로 철저히 한정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 조건이 충족돼야 내재가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오늘보단 내일이 중요하다. 경제의 문외한조차 미래를 낙관할 정도의 파워 넘치는 회사라면 일단 합격점이다. 반면 시장점유율 1위의 내수기업인데도 불구, 장래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면 일단 제쳐두는 게 좋다. 생활 속의 불편을 해소해주는 업체도 유망하다. 가령 그간의 불편을 해소하는 새로운 신제품이 나왔다면 이는 대단히 고무적인 신호다. 단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든다고 반드시 우호적일 까닭은 없다.

  항상 눈을 크게 뜨고 다니자. 평범한 종목이라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게 어느 날 엄청난 시세를 내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이 눈을 씻고 쳐다봐도 못 찾는 투자가치를 보통 사람들은 일상적인 주변에서 흔히 찾게 된다. 전문가의 식견에만 의존 말고, 주변의 일상생활을 잘 살필 필요가 있다. 또 가능하면 제 발로 뛰어라. 책상보단 할인점에서 투자가치는 훨씬 잘 부각되곤 한다. 참고로 신문을 봐도 순서가 있다. ‘정치면 → 산업면 → 증권면’순으로 읽는 게 좋다. 투자변수란 대게 이런 식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자료: <한국의 주식고수들> 전영수(한경비즈니스 기자) 지음

 

+ Recent posts